:: 농 원 소 개 ::

제목: 전라도 닷컴에 실린 농원 이야기


글쓴이: 김희규

등록일: 2001-11-14 10:00
조회수: 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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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땅에 구멍을
파고 콩 세 알을 심으며 말했더란다.

"한 알은 땅에서 사는 벌레 것이고 한 알은 하늘에 사는 새의 것이고
나머지 한 알은 우리가 먹을 것이란다."


땅! 어디서 총소리가
난다.

한 번이 아니고 연이어 들린다

"놀라지 마시우. 저어기 과수원에서 까치 놀래줄라고 쏘는 포소리요."


align="left" width="303" height="503" border="0" hspace="5" style="width:303px; height:503px;"
bordercolor="black">농약을 한 방울도 안치고 사과를 재배하는 사람으로는
전국에서 그가 유일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찾아간 곳은 광주시 광산구
용동 보우농원.

광산구의회 1대의장을 지냈던 김희규씨가 그 사과농장의 주인이다.

"아이구 뵈줄 게 없어서 어쩝니까. 올해는 사과가 전멸입니다."

참, 사과밭에 따서 팔 사과가 없다면서도 그 밭 주인의 얼굴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가 사과를 키운 건
도무지 마음편할 일 없던  8년간의 구의원 노릇 그만두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96년부터였다.

"전라도에 무슨 사과야."

지금도 그렇지만 전국 사과의 95%가 경상도에서 나고 있으니 그가 사과를
심겠다 했을 땐 사람들은 너나없이 터무니없는 짓 하지 말라 말렸다
한다.

그런데 농약 안친 사과 한번 키워보자고 그 맘 한번 먹고는 그대로 밀어붙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5천평 농장에 심은 1,230주의 사과나무에 여즉 비료
한 번을 안치고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과일
농장에선 최소 12회 농약을 칩니다."

보통 한번 칠 때 살충 살균 살비제를 섞어치니 그게 사실 36회 농약을
치는 거나 다름없다 한다.

그는 농가에서는 농약제로 여기지도 않는 석회보르도액이나 낙과 방지제조차
치지 않는다.

완벽한 무농약이다. 이렇게 100년 전 방식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 그의 '조선농법'이다.

그렇게 해서는 사과 몇 개도 못딴다는 것이 선배 농사꾼들의 걱정어린
충고였지만 그는 미련한 농사꾼이 되기로 한 작정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한 5천만원 벌어서 저어기 마을앞 우산각에서 돈다발을 비고 자면
농약안친 사과로 부자됐다고 소문이 날라나 어쩔라나 하하."

그는 이 동네서 480년을 살았다 한다. 아니 그건 웃자고 한 얘기고,
16대조부터 내리 여기서 살아왔으니 그게 480년이란다.

여기 들어와서 농사다운 농사를 지은 건 이제 7년째.

"농사라는 게 소득이 워낙 작아서 그렇지 재미는 있습니다. 혼자서
조용하게 하는 일이  수도자인 양 차분하고 은근한 데가 있거든요.
나도 이젠 해뜨면 밭에 오고 해떨어지면 들어가니 진짜 농사꾼
다 됐습니다." 



그런데 '농사꾼' 다됐다는 그이의 사과밭은 약을 치지 않아 잡풀이
무성하다.

"그게 다 거기 사는 벌레들 먹이입니다."

벌레도 맛난 것은 안단다.

"저것들이 먹을 것 갖다 놓으면 말 안해도 그리 가는 애기들하고
똑같아요."

그러다 보니 풀을 베는 게 아니라 오히려 풀을 키워 주는 것이 그의
농작법이다.


까치만 해도 그렇다

"저 까치가 봄내 여름내  벌레 잡아주고 일꾼 노릇을 단단히
했습니다. 근데 실컷 부려먹고 이제 와서 내쫓으면 안되죠."

까치 저도 저 먹을 농사를 지었으니 몫을 챙기는 게 당연하단다.

"까치는 벌레먹을래 사과 먹을래 하면 사과 안먹어요."

그런데 자꾸 농약을 쳐서 까치 먹을 벌레를 다 빼앗아놓았으니 참 안됐다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까치하고 전쟁 안합니다."

'까치삼춘'같은 김희규씨 말로는 까치는 내버려 두면 오히려 자기 영역을
만들어서 다른 까치들을 쫓아낸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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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먹은 과일은
상품성이 없다면서요?"

아이구, 공연히 아는 체를 했다.

"유기농사는 선별이 없습니다. 크건 작건 까치가 쪼았건 자연이
지은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에서 가장 못생긴 사과를 키우고 있는 이 사과밭
주인이 내놓는 사과는 그저 사과 한 알이 아니다. 거기에는 그가
뭇생명들과 화해하고 나누며 살아가는 소중한 마음이 싱싱하게 담겨
있을 터이다.



한번은 대구사는 사과농장집 며느리가 이 집 사과를 주문해 먹다가 시아버지한테
들켰더란다.

그 시아버지가 "어데 이런 사람이 다 있노. 이거 틀림없이 농약
안쳤다"하고는 두 말도 안하더란다.

"내 자식 입에, 내 손주 입에 들어갈 먹거리라 생각하면 함부로
약 못치지요."


농약 안한 그의 밭엔
자연이 자연의 법칙을 따라 움직인다.

과일농장에 나타났다 하면 비상이 걸리는 게 응애라 한다.

"근데 그게 콩잎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는 응애가 보이면 약통을 추켜드는 것이 아니라 콩줄기에 신경을
쓴다.

"먹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냥꾼이 있어요. 사람들이 권력과 돈을
따라 모이는 것과 한가지입니다."

응애 있는 곳엔 반드시 이리응애가 나타난단다. 응애사냥꾼이다.
그 사이가 보름 정도.

"하루하루 피해가 보이지만 그 새만 참으면 됩니다. 웃고 기다려보자
하고 기다립니다."


새나 벌레뿐만 아니라
풀도 영리한 놈들이라는 그의 칭찬은 끝이 없을 성 부르다.

"봄에 풀을 비면 이 녀석들이 느긋하게 잎을 냅니다 그런데 가을엔
꽃부터 올라옵니다. 낼모레 서리 올텐데 저도 마음이 다급하다는 거지요.
그러니 자손을 남기고 가야한다 그 맘을 먹는 겁니다."


사람보다 풀이 영리하고
풀보다는 벌레가 영리하고 벌레보다 저 까치가 영리하다고 말하는 그는
영락 풀아저씨고 벌레할아부지고 까치삼춘이다.

"그 녀석들하고 나눠먹자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그의 나눠먹기 농사법은 아주 간결하다.

"넷으로 딱 갈라서 새에게 한 조각,  병해충에게도 한 조각,
그리고 땅에게도 한 조각, 그 다음 나머지는 내가 갖는다 생각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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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 혼자 먹으려다
보니까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게 욕심 낸다고 그리 되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올해는 좀더 많이 포기 해야 한단다.

"10%나 수확하겠네요 허허."


"올해 실패는
내년에는 성공할 수 있다는 여지를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술이라는 건 실패의 기록이 아니겠느냐,  그러니 또 하나 기록할
기술이 생겼다는 게 이 낙천주의자의 실패담이다.

"어두운 다음에는 아침이 꼭 오드란 말입니다. 따뜻할 때 추울
때를 염려하고 추울 때는 따뜻할 때를 기대하면서 그리 사는 거지요.
허허"


신나는 일 웃을 일이
아닌 걸 이야기하면서도 그 끝에 마침표처럼 붙이는 웃음에는 이 사람이
살아온 내공이 배어난다.

"전라도에서 아마 우리가 제일 부자일 겁니다. 엥겔지수로 따진다면
말입니다."

돈주고 사먹는 것이 거의 없다 보니 식료품비가 전무하다는 것.

"감자순에다 머굿대에다 찬거리 많죠. 그걸로 나물하고 냉국하고
된장도 지지고 아 그러면 푸짐하죠."

농사지은 쌀 있겠다, 게다가 7년이상 묵은 소금도 충분히
있으니 그만하면 풍족한 살림이 아니냐고 이 '전라도 갑부'는 묻는다.




이 농장 이름이 '보우'다. 애국가에 나오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하는
그 보우.

"비 햇볕 바람 두루 하느님이 도와 주지 않으면 농사가 지어지나요?"



모든 생명있는 것들을 딸처럼 손주처럼 애틋하고 다정하게 바라보는
그이의 눈엔 쪼글쪼글한 사과가 달린 사과밭은 한숨이나 절망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의 또다른 이름인 듯하다.

남인희 기자( size="2">namu@jeonla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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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4 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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