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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맛을 감별하는 소물리에처럼 보우농원의 생산품이 오면 그런 기분으로 첫맛을 음미 하게 된다. 여태까지 한번도 실망을 준 일이 없는 이 곳의 산물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거기엔 한시람의 장인 정신이 스며 있음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안다. 농사도 예술처럼 아니, 그 어떤 예술보다도 혼과 정성으로 지어야 함을 잘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 그런 산물을 만나보기는 여기, 보우 농원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이름에 대해서 어떤 서정성을 느끼기 좋아하는 내게 "함적굴 논"이라는 이름부터 내가슴에 들어와 앉았다. 나는 그 논을 보고 첫마디가 여기서 나는 양이 몇집이나 먹을 수 있냐?는 거였다. 이제사 알게된 내가 이 쌀을 먹을 수 있을까를 알아보고 졸라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한 서른 가구 쯤 되지 않을까요? 라는 답변을 듣고 야~~ 이건 엄청난 행운이다 싶었다. 친인척을 제외하고 한 열 집은 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기농 사과는 (죄송 하지만 )안 먹어도 살수 있지만 쌀은 안먹고는 못 사는 거니까... 실상 보우 농원을 알고 제일 큰 행운은 이 쌀에 있지 않나 싶다. 나는 귀농이 꿈이다. 그냥 흙하고 시간을 보내는게 좋다. 도시에서 사람들과 복닥거리며 사는 것도 별로이고 인생 의 삼분의이를 보낸 시점에서 얻은 답은 그냥 좀더 자연과 함게 살고 싶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노동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유기농 주말농장을 신청해서 한달에 한번씩 충북 영동을 열심히 다녔다. 고추도 심고, 다섯집이서 논 한다랭이나마 벼도 지었다. 식구들은 기름값이 더든다고 놀렸지만 많은 걸 배웠다. 그런데 내가 실망 한건 유기농으로 아무리 지어도 동네전체가 그러지 않는 한 문제점이 있다는 거다. 시골 어른들이 과학을 모르니 농약병을 그냥 개울에다 버리니 그 물이 유기농 논으로 흘러 들어오고 뿌려대는 농약이 바람타고 날러오고... 그런데 함적굴 논은 그냥 옴팡 들어 앉은 삼각형의 논이다. 완벽하게 차단된 야산에 물도 오로지 산에서 이 한 논에만 들어오게 되어 있는 자연적인 지형이 참 경이롭다.이 곳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돈은 더 벌 수 있을 텐데... 이 천혜의 조건을 저버리지 않고 대대로 쌀을 심어온 이 집안의 전통을 유지하는 정서 또한 요새 세상에 경이로운 일이다. 드디어 쌀이 왔다. 참 네모난 상자에 쌀이 담기다니... 언젠가 농협하나로 마트에서 투명 페트병에 쌀을 담아서 히트 하더니... 이 상자 쌀도 좋은 발상 같다. 택배회사도 좋고, 핵가족인 소비자도 좋고 포장작업도 쉽고... 그러나 상자 값이 문제이니 상자들을 잘 모았다가 사월 잔치때 가지고 가야겠다. 밥 맛을 보기 위해 아무 것도 넣지 말고 오로지 백미로만 밥을 지었다. 이 역시 넘치는 기쁨이다. 한가지를 보면 열가지를 안다더니... 역시다. 내가 최고로 치는 맛은...무슨 종류든 이러하다. *첫째 힘이 있어야 한다. 땅의 지기와 하늘의 천기가 스민 천지기운의 힘이다. *부드러운 혀로 먹는 것이니 부드러워야 한다. *딱딱한 이가 있으니 씹을 맛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보통의 것들은 부드러우면 약하고 풀어지고, 씹을 맛이면 질김을 떨치지 못하는.... 커트라인을 넘지 못하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 한계점을 넘은 명품들은 공존하기 어려운 이 둘을 잘 아우르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풀어지지않고 쫄깃거리며 질기지 않는... 반도체 처럼 반씩 아우르는 능력을 가진게...사람이나, 먹거리나, 명품일 터이다. 우리집 살림 고수의 첫마디는 이 쌀은 좀 알이 크네...였고 내 말의 첫마디는 좀 무겁네..였다. 밥맛이 쫀득쫀득했다. 이게 바로 천지기운이다. 밥의 양을 반으로 줄여야 겟다. 반만 먹어도 다른 거 두배의 힘이 있을 것이기에... 현미를 생쌀로 한웅큼 입에 털어넣으니... 옛날 찐쌀, 올기쌀 먹을때 맡던 그 쌀겨 맛... 앞으로 나는 현미생식으로 할까 생각 중이다. 정말 고소하다. 이번에 "핀드혼 농장 이야기" 라는 책을 읽고 농산물이야 말로 정신으로 지어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그곳은 그 정신적인 것을 실증으로... 농산물의 결과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놀라운 일을 해낸 곳이었다. 핀드혼 농장 같은 곳이 이 지구상에 많이 잇으면 이 세상은 아무 종교도 필요 없는 지상 낙원이 될텐데...병들어 죽어가는 이 지구에게 우리는 너무나 무감각하게 살고 있다. 보우농원 같은 곳이 자꾸지꾸 많이 생겨나고 또 이런 곳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며... 올해도 생명의 천지기운이 그냥도사님의 손을 타고 함적굴 논에 풍년이 들고유기농 사과를 탐스럽게 열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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