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꼭 보내야할 배즙이 필요한데 권순철씨가 전남대 농업 경영자 과정 해외 연수를 가느라고 호주로 떠나고 없으니 혹시나 하고 보우농원에 전화를 해보니 마침 김희규 선배님께서 전화를 받으신다. 요즘 하두 바쁘신 분 이라서 혹시 통화가 안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는데 얼마나 반갑고 다행인지 간단한 인사 안부 전하고 배즙을 물어보니 순철씨 배즙이 창고에 아직 상당량 있다고 하시니 정말 안도가 되었다.언제쯤 시간이 되겠느냐고 여쭈니 지금 와서 같이 점심 식사라도 하자고 하시기에 지금 출발 하겠다고 전화를 끊고 보우농원으로 나섰다. 여지껏 눈오고 춥던 날씨가 오늘은 많이 풀린것 같다. 날씨가 풀리니 그동안 맹추위에도 끄덕 없었던 감기가 새삼스럽게 코끝이 시리는 증사이 오고 있다. 목도 칼칼 거리는것 같다.
보우농원에 도착을 하니 함평에서 박기성씨가 배즙 가공용 배를 싣고 와서 내리고 있는 중이라 오랫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 배를 내리고 있는 동안 잠시 마당가로 사과나무 둘러보니 놀랍도록 나무들이 튼실해 보인다. 꽃눈이 작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충실해 있고 나무의 영양상태도 건강한 모습이다.
윗줄쪽으로 다가가 보니 지난 태풍때 할퀴고간 흔적이 너무 또렸해 보인다. 그렇게실한 파이프로 버팀목을 해놨어도 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 하역이 끝나고 보우님 동생분과 넷이서 근처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식당에서 추어탕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새삼스럽게 김희규 선배님 모습을 바라본다. 그렇게 강인한 체력과 불굴의 정신력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세월의 역경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것 같다. 깍지 않은 수염이 하얀것이 절반이고 꺼칠한 얼굴에 이번 추위에 이것저것 챙기느라고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는지 짐작을 할 수가 있었다. 그래도 선배님의 표정에는 항상 여유있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도 항상 미래 지향적인 사고와 목표가 뚜렸한지라 여유있고 자신 만만해 보인다. 이런점이 김희규님의 특유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항상 정직하고 태도가 분명한 모습 그러고도 부드러운 인간미가 있어 좋기는 한데 처음에는 약간 가까이 하기에는 어색한 부분도 있는것 같다.
점심 식사 도중에 나주배 연구소 서흥수 연구관님 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만나고 싶은데 사정이 어떠냐고 묻기에 오후 2시쯤 집에 갈수 있겠다고 대답을 하고 그때쯤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식사 끝나고 배즙을 싣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곧장 집으로 왔다. 오후에 서흥수 연구관님이 와서 친환경 배 재배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추황배를 깎아서 대접을 했는데 당도가 너무 좋다고 깜짝 놀란다. 금년에 생산된 배 들이 대체적으로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맛있는 배는 오늘 처음 맛 본다고 한다. 서 연구관 배웅하고 나니 벌써 석양이다. 까치 사료가 걱정되어 농장에 가서 까치들 사료도 주고 물도 주고 왔다. 몇일 와보지 못한 사이 한마리가 또 들어와 있었다. 이번 눈오고 추울때 먹을것이 없어서 들어온것 같다.
보우님에게서 추어탕 너무 맛있게 잘 얻어 먹은 덕분에 저녁은 생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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