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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님! 조석으로 서늘한 기운이 벌써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제가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또 순서를 놓치고 나서 우물이 깊은 사람의 물이 먼저 흐르는 원리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저도 더 깊은 우물이 되어 계속해서 사랑을 퍼 줄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케냐를 다녀와서 그곳의 일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함께 나누고 그곳의 필요에 마음이 가시는 분이 있으시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결실의 계절에 풍성한 수확이 없다고 할지라도 그 여름에 흘린 땀과 정성으로 축적되는 경험들이 또한 수확이 아닐지요..... 건강하십시요 이혜숙드림 - - - - - - - - - - - - Ⅰ. 검은대륙 아프리카를 향하여 지난 8월6일부터 8월17일까지 예수전도단의 직장인예수제자훈련학교의 일행 9명과 함께 아프리카의 케냐 전도여행을 다녀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신석기시대를 살고 온 듯 한국에 도착하여서는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한동안 현실감각이 회복되지 않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 하늘과 닿아 있는 지평선으로 뜨고 지는 적도의 태양,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그곳의 까만 아이들의 하얀 웃음을 기대하며 한편으로는 황무지와 같은 사막, 문명과 단절되어 기아와 질병 가운데 살고 있는 아프리카 오지 사람들과 내전을 피해 피난 온 난민들에게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기대를 안고 우리일행은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나이로비를 향해 출발하였다. 방콕공항과 두바이공항을 거쳐 나이로비를 가는 동안 대륙마다 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인종들이 살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두바이공항에서는 까만 옷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린 아랍 여인들의 커다랗고 애수어린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또 한 남자가 두 세명의 부인과 자녀들을 거느리고 여행하는 것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일부다처제 속에서 각기 다른 부인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는지 궁금하였다. 공항 하나를 지날 때마다 우리는 시계를 2시간씩 뒤로 돌리면서 적도를 향해 날아갔다. 한국을 출발하여 무려 25시간이 걸리는 여행 후에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공항에 도착하였다. 나이로비는 마사이어로 맛있는 물, 차가운 물이라는 뜻이다. 해발 1,700미터 고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기후가 서늘하고 상쾌하여 아프리카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베이스 캠프로 삼아 살고 있는 곳이다. 동아프리카의 관문으로 각종 국제대회가 개최되는 도시라고 하지만 공항청사는 어두컴컴하고 초라했으며 도로는 중앙선도 신호등도 없이 차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플로라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투루카나 지역의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였다. 여행에 필요한 물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었다. 물 사정이 좋지 않고 수질이 좋지 않아 마시는 물과 조리에 필요한 물을 사서 먹어야만 되는 것이다. 밤에는 예수전도단의 선임 선교사이신 이용주 선교사로부터 다음날 방문하게 될 카쿠마와 나동아 지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Ⅱ. 카쿠마 난민촌 8일 새벽 6시에 나이로비를 출발하여 카쿠마를 향했다. 우리 일행이 방문할 투루카나지역은 수단과 에디오피아의 국경지역으로 케냐 북부의 오지였다. 내전중인 수단으로 가는 구호물자가 이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에 구호물자를 강탈하려는 강도가 대낮에도 출몰하는 위험한 지역으로 오후6시 이후에는 출입이 통제되고 한낮에도 군인의 에스코트를 받아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참으로 다양했다. 험한 산길을 지나 비옥한 농장지대를 지날때 길거리에서는 감자와 당근, 옥수수등을 팔고 있었고 이곳에서 산 당근은 우리의 갈증을 풀어주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하였다. 투루카나지역으로 들어 갈수록 땅은 메마르고 가도가도 똑같은 사막지대에 가시나무만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앙상한 가시나무가 다행히 비가 와서 새싹이 돋아나 그 잎을 염소들이 뜯어 먹고 있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점점 노출이 많아지고 큰 천 한 장으로 최소부위만 가린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여인들의 목에는 형형색색의 목걸이가 무겁게 걸려 있었다. 밤8시에 루키차르에 도착하여 한국선교사 사택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다시 새벽부터 차를 달려 정오 무렵에 까꾸마 난민촌에 도착하였다. 이곳은 아프리카 최대 난민촌으로 내전을 피해 온 수단과 소말리아 난민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유엔이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우리는 카쿠마 경찰서와 행정관청, 유엔의 허가를 받은 후에야 난민촌에 들어 갈 수 있었다. 경찰과 행정관청은 서로 다른 쪽의 사인을 먼저 받아 와야 된다며 우리를 두 번씩 오고 가게 하고 이유없이 기다리게 하는 등 후진국 공무원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만나는 경찰이나 군인들의 태도도 마찬가지 였는데 아무 이유 없이 통과 시켜주지 않거나 시간을 끌었다. 그러면 보통의 여행객들은 뇌물을 건네주고 그들은 그것은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가지 배울만한 것은 아무리 작은 구멍가게라도 영수증발급이 생활화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영국이 식민통치를 하면서 지켜지게 된 제도인 듯하다. 난민촌에 들어가니 거리에는 무료하고 희망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배회하고 있었고 흙벽에 구호품 깡통을 펴서 지붕을 얹어 지은 집들이 알록달록 빛났다. 타국살이의 설움과 가난을 이겨 가는 이들의 삶이 눈물겨웠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수단교회였다. 이곳은 우리와 동행한 스티브 목사님이 사역하는 곳으로 교회을 꽉 채운 어린이와 청년들의 찬양과 경배는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의 눈동자는 너무 강렬하여 우리를 압도하는 듯 하였다. 그들을 보면서 이들을 위해 우리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무기력이 안타까웠다. 우리가 가지고 온 영양제와 구충제, 과자 등의 구호품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초라하게 생각되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랑과 축복, 그분이 주시는 기쁨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국악찬송에 맞춰 부채춤을 선보이고, 마라카스를 흔들며 찬양과 율동을 하고 이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하면서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안정된 정부가 구성되고 평화가 오게 해 주시라는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수단교회를 나와 소말리아 지역과 수단의 다른 마을 교회를 방문하고 동구밖까지 따라 나오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난민촌을 떠나 왔다. 카쿠마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새벽같이 나둥아를 향해 출발하였다. Ⅲ. 나둥아 구름교회 나둥아는 나이로비에서 18시간이 걸리는 오지 마을로 케냐에서 가장 소외된 지역에 속한다. 문명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1000년전의 사람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선교사님의 사전설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 사람들의 생활은 우리에게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세계는 하나이고 인터넷이 세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어 있는 21세기에 마치 신석기시대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3년전 케냐정부가 IMF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곳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그 이전에는 정부에서 사진촬영을 제한할 정도로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지역이라고 한다. 이들은 염소를 키워 살아가는 유목민으로 농작물을 심을 수 없는 메마른 대지에서 오직 염소만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염소와 사람이 같이 죽을 수 밖에 없고 지금은 유엔에서 가구당 한달에 17㎏의 옥수수를 구호양곡으로 배급하고 있다. 구호양곡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을 주는 것이 아니고 죽지 않을 정도의 양을 주고 있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음식을 섭취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월에 지은 나둥아 구름교회는 흙벽에 양철지붕을 얹은 초라한 건물이었지만 이 지역에는 처음으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고 가장 큰 규모의 집이라고 한다. 우리와 동행한 조규보 목사님이 교회를 지으셨고 이곳 사람들에게 비는 생명과 같은 것이어서 교회의 이름을 구름교회라고 하였다고 한다. 교회에 도착하니 아무것도 입지 않은 아이들은 수줍어 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 주었고 함께 어울려 투르카나말로 노래를 가르쳐 주며 춤을 추었다. 지금도 "에조크노이 예수"를 목청껏 부르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지평선으로 지는 석양속을 걸어 아이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갈증과 허기를 누룽지를 끓여서 마시는 것으로 해소했다. 이곳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한끼를 먹고 사는데 우갈리라고 하는 옥수수죽을 끓여서 밤에 먹고 잠을 잔다고 한다. 하루 종일 굶고 저녁에 죽을 먹고 잠이 들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이 메인다. 나둥아의 밤은 내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지평선 이끝에서 저끝까지 보석처럼 빛나는 별들이 금방 손에 잡힐 듯 까만 밤을 수놓고 형언할 수 없이 감미로운 바람이 우리의 모든 수고를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의 기쁨을 주었다. 열대지방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니..... 대지를 붉게 물들이며 지평선 끝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황홀한 석양, 이 모든 아름다운 자연이 하나님께서 이 땅에 주신 축복임을 감사하였다. 교회 앞에는 펌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아침에 눈을 뜨니 샘 가에 당나귀떼가 몰려 들어 물을 마시고 있었고 작은 물병 하나씩을 든 여인들과 아이들이 물을 떠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물은 생명과 같은 것이다. 물 한병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씩을 걸어가는 수고를 그들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우리 일행들의 음식과 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배고프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물의 소중함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침부터 몰려드는 아이들로 우리는 어린이 사역을 위한 준비시간도 갖지 못한 채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부채춤과 한춤, 찬양과 율동, 인형극을 보여주고 풍선을 불어서 강아지와 꽃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하고 황홀해 했다. 까만 아이들의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목에 노랗고 빨간 풍선 목걸이를 걸고 환하게 웃는 아이들은 너무나 예뻣다. 그 아이들을 한명씩 안고 기도를 하였다. 이들에게 미래의 소망을 갖게 해 주실 것과 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하여 지역이 변화될 수 있기를.... 기도하는 우리의 가슴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하나님께서 이곳을 축복하시고 이 아이들을 기억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오후에는 가정방문을 하였다. 이들의 집과 생활을 볼 수 있는 기대가 되는 시간이었다. 나둥아 주민은 2만5천여명이 되는데 한곳에 모여 사는 것이 아니고 10분 내지 20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에 대여섯채의 집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를 적극적으로 환영하고 자신의 집에 들러서 축복해 주기를 바랬다. 30분쯤 걸어서 추장의 어머니집을 방문하였다. 집은 나무가지를 엮어 돔식으로 만든 마치 어릴적 마당에 있던 닭장과 같은 형태였고 나뭇잎을 덮어 그늘을 만든 것이 다였다. 우갈리를 끓일 수 있는 양은 솥단지 하나가 부엌살림의 전부였다. 방안에는 염소가죽 몇장이 나무에 걸쳐져 있고 바닥에는 손바닥만한 비닐이 깔려 있을 뿐...... 사람이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살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참 신기할 뿐이었다. 방안에는 작은 아이들이 아무것도 깔지 않은 방바닥에 엎드려 잠들어 있었고 젖을 빨고 있는 아이는 젖이 나오지 않는지 계속 칭얼대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기도를 해 드릴 것인지 묻자 할머니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상황과 병이 들어도 치료받지도 못하고 질병에 고통당하는 것, 그리고 입을 것이 없어 헐벗은 아이들,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이 무료함 가운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들에 상황에 대해 그리고 비가 오게 해달라는 기도를 부탁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너무나 가슴아팠다. 그리고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나님에 대한 갈망이 더 큰 것을 볼 수 있었다. 주일예배에는 교회 가득 사람들이 모였다. 우리는 준비한 드라마와 썸으로 경배하였고 이들은 프라스틱 물통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어 찬양하였다.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과 십자가의 사랑에 대해 조목사님이 설교를 할 때는 진지하게 설교를 듣고 하나님을 영접하였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예배였다고 생각된다. 우리 팀은 교인들 한사람 한사람을 안고 축복기도를 하였다. 이틀동안 정이 든 아이들을 뒤로 하고 나둥아를 떠나 올 때 구름교회 위에 비가 내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나이로비에 돌아와서는 고아원 조이홈을 방문하였다. 1년전 조목사님이 거리의 아이들 열일곱명을 데려다 생활하는 곳이다. 전부가 초등학교 남자아이들이고 두명의 큰 형이 돌보고 있었다. 적십자건물을 임시로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도 곧 비워줘야 해서 당장에 이사할 집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허름한 판자집 안에는 아이들이 태권도를 시연하는 모습의 사진과 생일잔치하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가난하지만 안정감이 있고 건강하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나이로비에 돌아와 며칠만에 식탁 위에 반듯하게 차려진 한국음식을 먹으면서도,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면서도 우리는 난민촌과 나둥아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목이 메었다. 우리가 얼마나 풍요로움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감사와 함께 가진 것을 굶주리는 이웃과 나누지 않는 것은 죄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내가 보고 온 난민촌과 나둥아, 조이홈의 필요에 내가 어떻게 반응 할 것인가? 그곳에 사랑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위해 내가 그 통로가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아무것도 할수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 마더 테레사의 말이 참으로 가슴 절절히 내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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