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 친정집같이 편안한 보우농원

모깃불 단상(斷想)

시골인 모래들 농장은 늘 모기의 습격을 받습니다.
하지만 모기를 죽이는 약 같은 건 없습니다.
모기의 습격을 받으면 모기장이나 으레 모깃불을 피웁니다.
모깃불은 무자비하게 모기를 죽이는 살생이 아니고, 모깃불 냄새로
모기를 쫒습니다. 인간적인 방법이죠.

모기없는 시골을 연상해 볼 때 시골맛은 어딘가 허전해질지도 모릅니다.
모깃불은 쑥이 가장 좋습니다.
그 쑥불 연기며 냄새는 향긋하기까지 합니다.
쑥이란 풀은 워낙 쓰이는 데가 많죠.
약에 쓰이는 약쑥, 떡쑥, 창쑥, 불쑥 등.....
쑥떡은 보기에도 싱그럽고 냄새가 향긋해서 먹기만 하면
만병이 가셔질 것만 같습니다.
모깃불은 강원도에선 쑥불이라고도 합답니다.
한여름철, 저녁을 끝내고 앞들이나 신작로가에 멍석을 깔고
집안식구며 마을사람들 이 자리를 같이 합니다.
농부들의 하루 피로는 모깃불 타는 멍석 위에서 완전히 풀립니다.
이야기의 꽃은 여름밤 짙어가는 즐도 모르고 계속됩니다.
애 어른 늙은이 여자의 차별이 없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실상 시골사람들은 도시인처럼 신경질은 아닙니다.
웬만한 모기의 습격쯤은 그대로 내 버려두기도 합니다.
이야기꽃이 무르익어가면, 바가지로 샘물을 떠옵니다.
참외 옥수수 복숭아 수박 등 과일을 망태에 가져옵니다.
왕골부채로 부드럽게 등을 치면 모기란 놈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가까이 도망쳤다가는 다시 돌아옵니다.
구수한 잎담배를 기다란 장죽에 담아 깊숙이 빨아들이는
할아버님의 그 모습은 너무도 유유합니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멍석 위에서 잠에 빠지고 마는 게 보통일이던 내 어릴적 추억.
이야기꽃이 시들 무렵이면 큰 대자로 누워 코를 고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내기철이던 그 유월은 더욱 더 그랬습니다.
멍석위에 자는 맛은 특별히 답니다.
이야기벗들이 다 흩어지면 어버이들은 잠든 아이들을 깨워 방으로 옮깁니다.
아이는 이럴 때를 매우 싫어 합니다.
이런 경우 대개는 멍석 위에서 그대로 자는 일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