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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감기에 걸려서 무우즙을 따뜻하게 데우고, 생강가루넣고 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진작에 떨어진 배즙을 아쉬워 하면서 말입니다. 비가 오시니 마음도 차분해 져서, 책 읽기가 그만입니다. ‘황석영의 맛과 멋’(디자인 하우스)을 들고, 참 맛있게 읽고 있습니다. 마음에 두고 다시 볼 글귀에 밑줄을 그으면서, 문득, 김선생님도 이런 글을 쓰시면, 참으로 읽을만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사람을 이롭게 하는 먹을거리를 만들기 위해 늘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이 담겨있는 ‘영농일기’ 처럼, ‘먹을거리와 추억’을 함께 담아서. 시간 나시는데로 보우에 올려보시면, 여기 오시는 이들에게 큰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요. 아울러 마이너스건강클럽 요리실에서도 만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즈음 대중 식당의 차림표와 음식은 서울에서 저 남도 끝이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어슷비슷한 맛이다. 맛의 평준화가 이루어진 셈이랄까. 대충 벽에 붙은 차림표대로 주문을 하고 나면 어디선가 먹은 그 음식이 같은 모양새로 나오는 것이다”(위의 책, ‘숟가락 여러 개를 꽂아 냄비째로’에서 인용) “내가 잃어버렸다고 하는 것은, 지금은 먹을 수 없다거나 만들 수가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그때의 맛이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사람이 변했든지 세월이 변했든지 했을 터이기에.”(위의 책, ‘배고픈 날 장떡 지지던 냄새’에서 인용) “우리는 모든 맛을 잃어버렸다. 맛있는 음식에는 노동의 땀과, 나누어 먹는 즐거움의 활기, 오래 살던 땅, 죽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사는 식구, 낯설고 이질적인 것과의 화해와 만남,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며칠,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궁핍과 모자람이라는 조건이 들어 있으며, 그것이 맛의 기억을 최상으로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미식가나 식도락자를 ‘맛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규정한다. 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끝없이 헤매는 돈 주앙처럼 말이다.”(위의 책, ‘먹지 않는 시간은 시간이 아니다’에서 인용) 제가 오랫동안 좋아한 작가선생님, 황석영님의 이 책은 나온지가 좀 된(2001년 5월 초판) 책 입니다. 장편소설 '장길산'에 대한 추억이 강렬해선지 근래에 펴낸 글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지요. 함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귀절이라 옮겨적었습니다. 하시는 일 늘 잘 풀리는 그런 날만 있으시기를 기원드리면서, 어단리에서 인사드립니다. *주문내역* 배즙 1박, 무우즙 1박스(배즙은 진작에 떨어졌구요, 무우즙은 다섯 개밖에 없어요. 빨리 주세용~) 검정박콩청국 1병, 식초 4병(게시판의 사진 볼 때마다 군침 넘어갑니다. 배나 사과식초 둘중 편하신데로) 입금은 지금 150,000원 제 이름으로 송금했습니다.(외상이 좀 있어서, 아마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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