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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찬 전북대 경제학과 석사·박사 현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나는 무엇을 공짜로 줄 수 있을까 요즘 아침마다 유효미생물이라고 부르는 EM(effective microorganism)을 마시 고 있다. 가까운 선배교수가 연구실 샘플을 주길래 한 스푼씩 물에 타서 먹고 있다. 그것이 몸 속에 들어가면 배출물의 냄새는 물론 독성도 없어져서 얼굴이 하얗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건강해진다고 한다. 어쨌든 임상실험의 대상이 되 었으니 선배의 충고대로 숙취상태에도 한 잔을 마시고 잔다. 그래선지 요즘 얼 굴이 예전보다 초롱초롱해졌다는 소리도 듣는데 아직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 최근에 E.M을 전북 도청에서 대량으로 구입하여 농민들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 획으로 듣고 있다. E.M은 농약으로 오염된 척박한 토양을 부드럽게 해주고 오 염된 하천에 뿌리면 유효 미생물 작용으로 악취가 사라지고 정화되는 신물질 로 되어 있다. 토양의 생산성도 높아져서 식량소출이 늘어나고 건강한 먹거리 를 제공하는데 매우 유효한 미생물이라고 한다. 수업을 받고 있는 어느 야간 대학원생은 곧 전주시에 골프장을 개발할 예정인 데 잔디에 농약 대신 EM을 뿌려서 환경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란다. 심지어는 새만금의 환경오염 문제도 EM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확정되지 않은 듯 하다. 현재 폐수처리, 산업폐기물의 처리에까지 활용되는 EM의 효능 에 대해서는 몇 마디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것을 처음 창시한 사람은 환갑을 막 넘긴 일본의 히가 테루오(比嘉照夫)교수 이다. 히가 교수는 EM 원료를 전주의 모대학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 대학 은 한국에 EM 기술을 보급하는 주관대학이 된 것이며 원료를 받아서 배양하 고 각종 가공품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그런데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이렇게 좋은 신물질을 왜 하필 전주의 모대학에 서 받을 수 있었을까? 별도의 인연도 있었겠지만 히가교수는 해당 대학에 농대 가 없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그 대학에 농대가 있으면 오 히려 EM을 함께 연구할 수 있어서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그런 의문도 이 내 풀렸다. 기존과 전통은 때로 새로운 것에 대해 강력한 거부감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해 당 분야의 기존 연구영역은 EM이라는 신물질을 수용하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긴 우리도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는 종전의 생각이나 고 집을 잘 꺾으려 하지 않는다. 어쨌든 그 대학에서는 EM을 가지고 요즘 말하는 대학의 수익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M을 마시면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큰 문제 는 기존의 편견이다. 우리가 아무리 잘 알아도 그것은 결국 50%뿐이다. 나머 지 50%는 언제든 비워놓아서 남의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조금 들수록 몸과 생각은 화석화되어 남을 잘 인정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 권위를 유지하려 애쓴다. 열린 마음 이 없으면 나 자신의 발전이 없다. 자만과 편견을 버려야 새로운 것이 내 몸 속 에서 싹틀 수 있다. 궁금증이 또 하나 있었다. 어째서 일본의 히가교수는 E.M을 무료로 주는 것일 까? 그것도 누구 손에 의해서든 EM이 독점돼서는 안 된다는 창시자의 정신 때 문이었다. 다른 신물질처럼 배타적으로 특허를 내서 비싸게 파는 것이 아니었 다. 지구의 오염된 환경과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류에게 생명이 넘치 는 토양과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E.M은 무료이고 공짜여야 한다는 것이 다. 전문용어로 EM은 자연에 존재하는 광합성세균 유산균 효모균류 80종을 복합 해 배양한 것으로 토양 유기물 산화를 막으면서 이를 발효·정제시켜서 작물 생 장을 촉진하는 물질이다. 이것을 특허를 내고 판매해도 수익은 엄청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그렇지 않고 있다. 작년에 히가교수는 전북 무주군의 300명 농민들에게 강연을 하였다. 여기서 그 는 자연을 순환시키는 농업으로 문명과 환경을 보전하고 환경문제와 식량난은 인류 모두의 힘을 합쳐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히가교수의 강연 이후에 100 여명의 무주 농민들이 EM농법으로 논·밭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윈도우의 카피 라이트(copyright)가 아니라 리눅스의 카피레프트(copyleft)를 보는 듯 하였다. 공짜정신이 EM정신이다. 전주의 모대학에서도 EM으로 만든 각종 건강음료 나 가공품은 판매를 하되 농촌에는 이것을 공짜로 배포하여 EM정신을 지킬 것 이라고 한다. 다시 아침마다 EM 한잔을 마시면서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공짜로 줄 수 있는가? 출처 = 전라도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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