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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으로 따지면 음식은 소중한 것인데 그것에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호의호식(好衣好食)이라는 말도 쓰고 악의악식(惡衣惡食---논어에 나오는 말이기도 함)이라는 말도 쓴다. 그렇지만 이 말들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호의호식이라는 말에서 "호의호식"은 기능적으로 좋은 옷과 음식이라는 뜻을 담는 말은 아니다. "사치스러운 옷과 음식"이라는 뜻을 담는 말이다. 따라서 악의악식이라는 말에서 "악의악식"은 기능적으로 좋지 않은 옷과 음식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치스럽지 않은 옷과 음식"을 뜻한다. 그래서 음식을 조심스럽게 가려먹는 공자도 이런 말을 했다. "지성적인 삶을 추구하겠다는 선비가 사치스럽지 않은 옷을 입고 사치스럽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면 더불어 이야기 할 만 하지 못하다. (士志於道而耳心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음식에는 사치스러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있어도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은 없는 것일까? 아니라고 생각된다. 좋은 음식과 좋지 않은 음식도 있다고 생각된다. 좋은 음식이란 어떤 음식인가? 먹고 마시기에 좋은 음식일까? 미주(美酒)와 가효(佳肴) 같이 귀한 음식일까? 아닐 것이다. 좋은 음식이란 근본적으로 음식이 갖춰야 할 기능을 다 갖춘 음식이어야 하는 것이다. 음식이 기능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양분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필수광물질)을 함유하되 우리 몸에 해로운 것을 함유하지 않으며 그것에 함유된 양분이 우리 몸에 잘 흡수될 수 있는 상태로 있는 것이 음식이 갖춰야 할 기능이다. 이 기능이 좋은 음식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이다. 이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음식은 어떤 다른 여러 가지 점이 좋을지라도 결코 좋은 음식일 수 없다. 음식의 기본적인 기능을 갖춘 음식이 더 좋은 음식이 되려면 그 소재의 생산과정과 그 음식의 조리과정이 보다 더 환경배려적(環境配慮的)이고 자원절약적(資源節約的)이어야 할 것이다. 이 점 결코 등한시되어서는 안 될 점이다. 환경보존과 자원보존은 우리 후손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구에 이어져 나갈 수 있느냐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농산물이 더 환경배려적으로 또 더 자원절약적으로 생산된 것인지를 잘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요즘 이 문제에 대해 피상적인 관심은 가지면서 그 본질에 대한 이해를 위한 적절한 노력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은 환경파괴적"이라는 풍월을 읊조리는 사람들은 많아도 화학비료를 써야 할 경우에까지 화학비료를 쓰려 하지 않음으로써 파생되는 환경부담의 가중에 대해서는 공부하려 하지 않는다. 화학비료를 과신(過信)하는 것도 미신(迷信)이라면 화학비료를 비이성적으로 배척하는 것도 미신이다. 그런데 전에는 화학비료를 과신하는 쪽의 미신이 문제였는데 지금은 화학비료를 조건 없이 배척하는 미신이 더 큰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우리 나라에는 화학비료를 과용했기 때문에 농사짓는 데에 지장을 줄만큼 토양의 성질이 악화된 경우는 별로 없지만 유기질비료 너무 많이 주기 때문에 농사짓는 데에 문제가 될 만큼 나빠진 땅은 적지 않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환경을 배려하면서 생산했다는 농산물이 여러 가지 있어 음식재료를 바르게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음식 만드는 이들도 농사에 대해 기본적인 면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음식을 음식의 기능이 잘 갖춰지도록 만들되 그 원료를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조리 과정을 환경배려적으로 또 자원절약적으로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먹는 이들이 음식을 합리적으로 먹어야 좋은 음식이 제 구실을 할 것이다. 균형 있게, 알맞게, 환경 배려적으로, 또 자원 절약적으로 음식을 먹어야 좋은 음식이 제 구실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을 장만하는 이들이 아무리 환경을 배려하면서 또 자원을 절약하려 애를 쓴들 그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편식하고 음식을 무심히 남겨 쓰레기로 버린다면 생각 많이 하며 음식 장만한 이의 공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음식 바르게 먹는 법을 철저히 배우고 실천하는 일, 음식이 쓰레기로 나가지 않도록 담아주는 법의 개발과 보급 같은 일이 먹는 문화에 관한 한 우리 나라에서는 화급(火急)한 과제인 것 같다. 우리 나라의 음식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이런 문제는 너무 속스러운 문제일까? 어쩌다 방송에 나오는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면 푸짐한 향토 음식, 고급스러운 현대요리, 전통요리 같은 것에 관한 것은 볼 수 있었지만 음식의 기능을 잘 갖춘 더 환경 배려적이며 자원(시간까지 포함) 절약적인 음식을 장만하고 어떻게 하면 음식쓰레기를 덜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아직 보지 못했다. 요리법 책에 실려 있는 보기 좋고 훌륭한 요리법을 확산시킨들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온 나라가 음식쓰레기로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 拔萃 : 「 글 : 홍종운 박사/농촌진흥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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