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궂어 상당히 한가해서 뒤적 뒤적 보우홈을 뒤지다가 농촌과도시 임미애님의 글에 [감사함쥬스]가 보이기에 반가움과 추억에 몇자 적습니다.
단감농사 지으면서 약 30% 가량 나오는 파치와 꼬맹이 처리가 늘 고민이라 공부를 해 보니 "동양 사람은 과실을 주로(70%) 생과로 먹기 때문에 크기나 땟깔 등 외관이 중요하지만, 서양 사람은 주로 쥬스 등으로 가공해서 먹기 때문에 훨씬 덜 중요하다. 그래서 동양과 서양은 육종부터 차이가 있다(병원균에 대한 저항성 우선 육종). 그래서 서양 사과와 배는 동양 배 사과에 비해 작고 볼품이 없다. 다소 상처가 난 파치나 쪼매난 꼬맹이라도 가공에 들어가버리면 상관없기 때문이다. 과수업의 친환경적 발전을 위해서 가공은 꼭 필요하다." 뭐 이런 정도가 결론이었습니다.
그 즈음에 웅진에서 진영단감이라는 상표로 감 쥬스(넥타)를 내 놓았는데 그 맛이 영 감식초에 설탕 타 놓은 맛이라.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역시나 몇 달 후 자취를 감추고 다시는 안 나오데요.
옜날에 개소주집이었든 호박 과일 중탕 건강원에 가서 즙을 내보면 특유의 화근내(火根臭)가 스며서 이건 맛도 아니고. 그리고 원료를 끓이기 위해서 물 한바가지를 부으니까 100% 과일도 아닌거고... 경북 군위에 있는 대구능금쥬스사업소(공장)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기선 바로 생사과를 어깨어서 즙을 짜고 고온 파이프라인으로 타고 살균을 해서 병입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거야말로 100% 천연사과쥬스라는 겁니다(시중의 과일쥬스는 다 농축과즙을 들여와서 원래의 농도에 맞게 물을 희석한 것).
대구능금쥬스사업소같은 큰 공장에서 전체 라인을 스톱하고 세척해서 내 단감을 쥬스 내줄리 없고, 그 엄청난 비용을 감당 할 수도 없고. 어디 이런 설비 갖춘 자그마한 곳이 없을까 수소문 하다가 보우농장을 알게 되었지요.
온라인으로 여러 번 상의를 하면서, 같은 청색이라도 청색 단일색보다 여러 가지 색을 섞어 만든 청색이 훨씬 품위 있는것 처럼 맛은 좋으나 향기가 없는 단감 100%보다 상큼한 향과 시원한 청량감의 사과 섞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 제작용 원료 단감을 싣고 보우 농장에 가서 단감과 사과를 여러%로 혼합해서 맛보면서 단감 고유의 따뜻한 단맛을 잃지 있으면서 쥬스에서 빠질 수 없는 시원한 청량감을 가진 환상의 배합율과 살균온도를 찾아냈지요. 100% 만족하는 맛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이름 있는 음료회사 웅진 것보다 100배 났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이건 굉장한 아이템이다. 금광이나 다름없다. 남이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지. 일단 특허와 상표등록을 해야겠다. 특허는 제조 기술을 보우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맘데로 못하니까 우선 상표등록이라도 해 둬야겠다. [감사함쥬스 - 단감사과함유쥬스] 해서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상표등록을 했었지요.
그 후 몇 년이 지난 오늘 가화단감농장[단감넷농장]은 대규모 양돈농장으로 바뀌었고 나는 읍내로 나와 작은 철물점을 하면서 지내지만 가끔 그 때 그 감사함쥬스 참 맛있다는 추억어린 인사를 듣기도 합니다. 그때는 별로 칭찬을 안 하더니.
한해 단감 수익 1억을 넘게 하든 내 친구가 올해 농사 잘못 지어서 파치 꼬맹이가 너무 많이 나와서 식초 공장에서 조차 납품을 안 받아줘서 반이나 내다 버리게 되었다는 하소연을 들으며 다시 감사함쥬스에 대한 추억이 울렁 울렁 올라오더군요.
송하님이 아마 이쪽에 사셨으면 어떻게든 감사함쥬스 설비를 갖춰 생산하지 않으셨겠나 싶은데. 앞으로도 그럴 마음이 없으시면 제가 언젠가 해보고 싶습니다. 보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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