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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칠십년 만에 내린 눈이라니 제 생전에 처음인 건 당연하고 어르신들께서도 이런 징한(?) 눈은 처음이라고들 하시는데... 어제 오전에 12시 반까지 수업하고 심상치 않은 날씨를 창문으로 감상하며 점심을 먹고 일을 좀 하다가 잠깐 밖을 보니 아뿔사, 창밖이 이건 하얀 눈이 많이 오니 하얀 색이어야 할 하늘이 밤이 된 양 색깔이 참 묘~하데요. 부랴부랴 짐을 싸들고 주차장에 나오니 이건 높낮이가 구분이 없어져 눈을 밟으며 퍽- 퍽- 하고 한참씩 발밑의 깊이를 감지하며 걸어야만 했답니다. 주차장의 눈도 차의 바퀴를 다 덮었고 차 위로는 눈이 또 얼마나 쌓였는지 차 형체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정말 난감했답니다. 그래도 용감하게, 열심히 눈 속에 푹푹 빠지면서도 차 주위를 돌며 앞뒤 유리참과 옆 창문의 눈을 털어내니 차 형체가 드러났는데 이젠 열쇠구명을 찾지 못해 한참 헤매고, 겨우 찾아내 열쇠를 집어넣어 분명 열었는데 이제는 차문이 열리질 않아 얼마나 실갱이를 한 끝에 뒷쪽문이 먼저 열려서 몸을 집어넣고 머리를 앞쪽으로 쭈~욱 내밀어 자동차 열쇠를 꽂아 시동을 걸고 한참 기다린 후에야 앞문을 열고 차 운전석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4시 좀 지나 출발했는데 가는 길목길목의 복병들을 여기에 다 기록할 순 없지만, 어쨋든 평소에는 30-40분이면 다니는 길을 세 시간 넘게 걸려 집에 오니 7시 반이나 되었다는 거 아니에요. 휴우~ 차 안에서 뉴스에 귀기울이며 주차장으로 바뀐 길 위에서 언제 빠질지도 모르는 차량의 행렬 뒤에 기다림의 세 시간이라니... 오늘은 마침 우리 집 애들 학교도 다 휴교인고로 저도 아예 학교에 안 갈 요량으로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데 11시쯤인가 송하샘으로부터의 전화가 어찌나 반가운지요...^-^ 동지죽 먹으러 오라시는 초대에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선뜻 '감사합니다.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했는데 끊고 나니 좀 걱정이 되긴 했어요. 이런 날씨에 어찌 가겠다고 얼른 대답을 해 버렸나, 후회도 좀 하고, 또 같이 갈 사람(평소에 보우에 무척 가고 싶을 주위분들) 수소문(?) 하려 전화했더니 모두들 안가는 게 좋겠다고 저를 엄청이나 말리더라구요. 그래도, 그래도 어떤 초대인데... 포기할 순 없지... 저요, 목숨 걸고(?) 운전하여 갔습니다. ㅎㅎㅎ 저만 갔나요, 마침 우리 학교에 외지(부산)에서 와서 근무하고 계시는 처녀 선생님 한 분 모시고 함께 갔지요. 그분 또한 오래전부터 보우에 가거든 자기도 한번 가보고 싶다고 졸랐었는데,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 가게 되었다고 참, 참, 하며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했습니다. 역시나 송하샘 사시는 마을도 눈 쌓임이 장난 아니었어요. 골목 입구에 송하샘 차가 떠~억 하니 버티고 있는데 눈 때문에 앞으로도 뒤로도 못가는 진퇴양난(?)의 형국이었지요. 제 차라고 별 수 있나요. 겨우겨우 눈을 헤치고 마을에 도착을 했지만 마땅히 주차할 곳도 눈에 띄지 않고 그래도 차 바퀴자국이 있는 곳을 찾아 송하샘 차 뒤에 삐딱하게 세워놓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만 송하샘께서 삽으로 눈을 치워 만들어 놓으셨거든요. 선생님, 어디 계셔요? 두리번 두리번 찾으며 우선 대문 옆으로 붙어있는 선생님 사무실 문을 두드렸으나 문이 잠겨 있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 작업장문을 열고 여기 계셔요? 했더니 아무도 없어 적막뿐... 마당 쪽으로 들어가 선생님, 어디 계셔요? 하는데 아무 소리도 없어, 다시 주방 쪽 문을 삐끔히 열고 선생님, 저 왔어요. 했더니, 주방 안쪽에 여러분이 앉으셔서 동지죽을 드시고 계시는데, 얼마나 반가운지요? (선생님, 솔직이 고백하자면요, 선생님보다 동짓죽하고 사모님이 더 반가웠거든요. ㅋㅋㅋ) 사모님께서 얼마나 반갑게 맞이해주시는지, 그리고 함께 계신 아짐들도... 저희들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재빨리 동짓죽 드시는 것 마무리하시고 저희들한테 자리를 양보해 주셨지요. 감사합니다... 아짐들이 쑤셨다는 동짓죽, 정말 뭐라 표현할 길이 없어요. 어제 김장 하셨다는데 배추 버무르시랴, 이 많은 동짓죽 쑤시랴,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저는 또 전화만 받고 금새 가서 두 그릇이나 먹고 왔으니... 정말 맛있는 동짓죽, 여~러분들 덕에 맛있게 먹고... 올해 저는 이렇게 동짓날을 새었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오늘 택배는 무리이실 것 같은데요. 아무리 말씀드려도 준비하는 데 까지 해 보시겠다고 열심히 삽으로 눈을 치우시며 택배차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하시는 선생님을 뒤로 하고 저는 서둘러 집에 왔습니다. 오는 도중에도 눈은 계속해서 내리고... 우리 남편 이런 날 차를 끌고 나가 그것도 보우에까기 갔다왔다 하면 정말 놀래겠지요? 선생님, 택배는 안 되실 것 같아요. 무리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짐들... 오늘은 또 메주쑤신다고 동짓죽 드시고 바로 일어나셔서 눈을 맞으며 콩준비하시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죄송하고, 감사한지요... 보우에 계신 여러분들, 선생님과 사모님, 그리고 수고해주시는 아짐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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